1. 개관
1953년 파리의 바빌론 극장 Théâtre Babylone 에서 Roger Blin 의 연출로 초연된 이 작품은 Samuel Beckett 가 20년 전부터 발표해 온『머피 Murphy』,『몰로이 Molloy』,『죽어가는 말론 Malone meurt』, 그리고『이름 부칠 수 없는 것 L'Innommable』등의 소설에서 주요 테마가 되었던 애매한 자아의 탐색 quête d'une identité problématique, 육체의 좌절 défaite du corps, 언어의 위기 crise de parole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두 거지인 Vladimir 와 Estragon 은 나무 아래에서 오지 않을 것 같은 고도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두 사람은 언쟁을 한다. 그 사이에 늙은 노예인 Lucky 가 Pozzo 의 채찍에 이끌려 무대에 등장한다. 이들이 떠난 후, 한 소년이 등장하여 고도는 오늘 오지 않음을 알리자 Estragon 과 Vladimir 는 헤어졌다가 다음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난다. 다시 만난 그들은 여러 가지 장난과 대화로 무료한 시간을 때우지만 고도는 여전히 오지 않는다.
2. 등장인물
① Vladimir → Didi
순무 navet 나 당근 carotte 과 같이 저장된 음식의 여유분을 소지하고 있으며 그때 그때의 문제에 대하여 해결책을 제시한다. 에스트라공처럼 그의 과거와 현재에 대하여 관객들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그가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을 반복하여 주지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② Estragon → Gogo
블라디미르에 비하여 시적인 인물이고 과거에는 실제로 시인이었거나 현재 시인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그가 위치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다시금 위치하려는 블라디미르에 비하여 에스트라공은 모든 것을 잊어 버린다. 심지어 어제 포조와 뤼키를 만난 것도 포조가 그에게 닭 뼈를 준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③ Garçon
고대극 이래 소식을 전하는 사람 messager 은 서양의 연극 전통에서 흔히 발견되는 인물이다. 고도가 보낸 소년은 그가 오늘은 오지 않지만 내일은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한다. 에스트라공이 어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2막에 등장한 소년도 자신이 어제 왔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④ Pozzo : italien / 이태리어로 우물 puits 을 뜻함
아버지 père 나 주인 maître 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포조의 등장은 그 이름의 유사함 때문에 에스트라공에게 고도로 착각된다. 1막에서 자신의 노예인 뤼키에게 자행하는 사디즘적인 잔인성 la cruauté sadique 은 2막에서 자신이 눈이 멀게 되는 것으로 잔인하게 처벌받는다. 포조의 가학성은 뤼키가 무겁게 들고있는 가방들 lourde charge 을 내려놓는 것도 허가하지 않는데서 드러난다. 게다가 자신은 닭고기를 먹고 남은 뼈는 뤼키의 몫이었다.
⑤ Lucky : anglais / le plus misérable des êtres
포조와 러키는 가학자와 피가학자의 관계이다 (러키의 목에 걸려있는 끈이 그것을 상징한다). 1막에서 포조는 러키를 팔려고 장에 가는 도중에 블라디미르를 만난다. 2막에서 포조는 장님이 되고 루키는 벙어리가 된 상태에서 둘은 헤어지지 못한다. 일차적으로 러키는 포조라는 가학자의 노예로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러키는 실존이라고 하는 벗어버릴 수 없는 힘에 결박당한 우리 존재의 모습이 아닐까 ?
3. 시간
이틀 동안 les deux journées 벌어지는 Vladimir 와 Estragon 의 삶이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시간이다. 이 작품에서 시간은 두 주인공들이 어떤 방식으로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 le temps à remplir ! 지루함과 기다리는 초조함을 메우기 위하여 둘은 다음과 같은 여러 무의미한 이야기와 장난을 한다.
날음식 먹기
목매달아 보기
Lucky 의 버려진 모자 번갈아 바꾸어 쓰기
신발을 신었다가 벗었다가 하는 것
서로 안아보기
깡충 깡충 뛰기
욕설 퍼붓기
화해하기
회개하기
명령하기
악수하기
기다리기
다른 이름으로 불러보기
4. 공간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대화를 주고 받는 공간은 그들의 상황만큼이난 헐벗은 공간 espace dépouillé 이다. 오직 앙상한 나무만이 1막과 2막의 변화를 보여줄 뿐이다. 작품 서두의 지문이 지시하듯이 무대는 시골의 길가이다. 그러므로 여기는 행인들이 다녀가는 열린 공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50년 동안 반복하여 이곳을 찾고 있으며 고도를 기다려야 하므로 이곳을 떠날 수도 없는, 출구 없는 갇힌 공간 huis clos에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 공간에서 탈출할 수 없고 살아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말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5. 오브제
1) 나무 l'arbre
잎새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만을 가진 나무는 과거도 현재도 없이 헐벗게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현재 모습을 닮았다.
2) 가방들 valises
이곳 저곳을 방랑하는 포조와 러키에게 있어 가방에는 빵이나 포도주, 닭고기와 같은 먹을 것이 들어있다. 러키가 들고 있는 무거운 짐들은 그가 주인 포조에게 강요당하는 무거운 학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그가 자기 마음대로 그 가방들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은 포조의 지배에서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 한편으로는 그가 짐에서 해방된 편안한 상태에 있어서는 안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3) 구두 chaussures
누더기 옷 haillon 과 모자 chapeau melon 와 함께 에스트라공의 낡은 구두는 이들이 거지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오브제들이다. 다리를 절고 있는 에스트라공에게 구두는 항시 거추장스러운 물건이다. 이 작품의 무대도 그가 구두를 벗으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바, 구두를 가지고 씨름하는 동안 그들이 채우기 힘든 시간을 소비하는 수단이 된다.
4) 모자 chapeaux
Vladimir 와 Estragon 에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희의 도구이다 (2막). 러키에게 있어 모자는 건전지의 동력을 얻는 장난감처럼 생각 penser 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긴 장광설을 늘어놓는 러키의 모자를 벗기자 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쓰러진다.
5) 끈 corde
러키의 목에 걸린 끈은 채찍과 함께 그가 포조에게 얽매인 상태라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오브제이다.
6) 채찍 le fouet
마치 서커스에서 공연하는 동물들을 길들이는 도구처럼 노예상태의 러키를 다스리는 물건으로 사용된다.
7) 음식물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음식물을 소유하고 그것을 다른 인물에게 먹이는 인물과, 오직 음식물을 받아먹으면서 상대에게 완전히 예속된 인물로 구분된다. 블라디미르는 당근과 무 등을 소유하고 그것을 에스트라공에게 줄 뿐 자신은 먹지 않는다. 양육자와 피양육자의 관계에 처한 두 사람의 관계는 정신과 육체로 구분하여 해석할 수도 있다. 이들의 관계는 유산계급에 속하는 Pozzo 와 무산계급에 속하는 Lucky 의 쌍과 대비된다.
6. 주제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을 채워야하는 현실속에서 의미없는 반복을 되풀이하는 인간의 비참하고 허무한 상황. 오늘은 무의미한 현실이었으므로 곧 망각 속에 묻히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나마 일말의 기다림이 있어서 하루를 지탱시켜주는 동기가 된다. 그러나 번번히 그 기다림은 다음 날로 연기되고 기다리는 당사자로 그점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다.
* 이경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2-02-02 13:25)
* 이경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6-03-15 1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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